BIGDATA DOCTOR@drmusician1
<대한민국에서 의사를 바라보는 시선>
내 친구는 위암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외과의사다. 어느 날 말기 암 환자가 외래 진료를 보러 왔다. 환자는 불편감을 호소했고, 친구는 환자의 상태를 보고 입원 치료를 권했다. 그러나 환자는 입원을 거부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날, 자택에서 사망했다.
유가족은 분노했다. 병원 측에 문제를 제기했고, 소송과 보상을 요구했다. 친구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환자에게 필요한 설명과 입원 치료도 권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원 측은 보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후 사건은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분쟁조정중재원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취지의 조정 권고가 나왔다.
“의사는 원칙대로 진료했으므로 병원 측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환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했고, 유가족의 슬픔을 고려하여 약 2천만 원의 도의적 보상을 권고한다.”
유가족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 감정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슬픔과 책임은 범주가 아예 다른 문제다.
이런 일들을 종종 겪는 병원장 친구들은 보통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민사소송까지 가면 변호사 비용, 시간, 스트레스가 너무 커. 결국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지. 그래서 그럴 바에는 그냥 애초에 도의적 보상을 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어.”
이 말은 의료 현장의 현실을 보여준다. 의사가 잘못해서 돈을 내는 것이 아니다. 소송에 대한 비용을 피하기 위해 돈을 낸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정신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 돈을 낸다. 그 돈은 어느새 책임의 증거가 아니라, 분쟁을 끝내기 위한 통행료가 됐다.
결국 내 친구는 주변 사람들에게 외과의사가 되지 말라고 말하고 다닌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선택한 직업인데, 생명에 대한 모든 순간에 책임을 져주길 바라는 시선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람을 살리는 의사의 숫자는 줄어간다.
대한민국은 의사를 고소득의 직업군으로 인지한다. 물론 그 사실은 맞다. 나는 여기서 이런 질문을 해보고 싶다. 정말...의사를 고소득의 직업군으로 보는 시선이 본질적으로 맞을까?
고소득 직업군과 별개로 2천만원은 의사에게도 마찬가지로 가치가 큰 돈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의사라면 그 정도의 돈은 아량으로써 써볼 수 있는 돈이 아니냐라고 생각하며 의사를 대한다.
그 정도의 돈...
사실 밑바탕의 본질은...
의사를 고소득의 직업군으로 보는 시선이 아니라,
타인의 돈에 대한 가치 자체를 쉽게 보는 시선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