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淵 파 ! retweetet

요 근래 박상용 검사에 대한 이야기를 굳이 길게 쓰지 않았다. 온 마음을 다해 그 고독한 사투를 응원하고 있지만, 그가 권력의 압박에 대처하는 방식과 내놓는 발언들이 굳이 내가 한마디 거들 필요조차 없을 만큼 군더더기 없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그는 또 한 번 내 입에서 조용한 감탄사가 터져 나오게 만들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 검사가, 이화영 측 서민석 변호사와 KBS 기자를 상대로 1억 8천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과 형사 고소를 제기했다.
언론은 이를 단순한 '검찰과 언론의 명예훼손 다툼' 정도로 건조하게 보도한다. 하지만 사법의 룰과 정치 공학을 꿰뚫어 이 소장(訴狀)을 들여다보면, 이것은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억울함의 호소가 아니다. 105명의 국회의원이 쳐놓은 거대한 '위증죄의 덫'을 합법적으로 무력화시키기 위해 던진, 가장 정교하고 치명적인 사법적 카운터펀치다.
거대 여당의 시나리오는 명확했다. 변호사가 불리한 부분(종범 딜 시도)을 잘라내고 악마의 편집을 거쳐 언론에 흘린 조작된 녹취록. 여당은 이를 유일한 스모킹 건으로 삼아 국정조사에서 박 검사를 위증죄로 엮고, 종국에는 이재명의 공소를 취소시키려 했다.
그런데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박 검사가 조작의 주체인 변호사와 유포자인 KBS 기자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버렸다.
이 행위가 왜 방패도 없이 벼랑 끝에 섰던 박검사의 '신의 한 수'인가. 그 전술적 메커니즘은 정확히 두 단계로 작동한다.
첫째, 유일한 공격 무기였던 녹취록을 '오염된 증거'로 전락시켰다.
소송이 제기된 순간, 여당이 들이밀던 녹취록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팩트가 아니라, 법원에서 진위와 조작 여부를 다투어야 하는 '미확정 증거'가 된다. 입법부가 인민재판의 망나니 칼로 쓰려던 무기가, 법원의 깐깐한 감정 테이블 위로 강제로 끌려 올라간 것이다.
둘째, 완벽하고 합법적인 '진술 거부권'의 획득이다.
이제 여당이 국정조사나 위증죄 재판을 열고 박 검사를 압박하려 해도, 박 검사는 완벽한 법리적 방패를 갖게 되었다.
"이 녹취록은 현재 악마의 편집 여부를 두고 민형사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입니다. 따라서 이 오염된 증거를 바탕으로 한 신문에, 저는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있습니다."
상대가 던진 날조된 짱돌을 역이용해 위증죄의 덫 자체를 무효화하고, 재판을 합법적으로 지연시킬 수 있는 절대 방패를 스스로 쟁취해 낸 셈이다. 이재명이 숱한 재판 지연 전술로 권력의 정점까지 버텼듯, 박검사 역시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장 영리하게 저들의 무기인 조작을 마비시키는 카운터를 날린 것이다.
당연히 승리를 예상하지만 만약 이 소송에서 박 검사가 승소한다면 어떻게 될까.
조작된 녹취록 하나로 사법 시스템을 뒤집어엎고 공소를 취소하려던 거대 여당의 명분은 '법원의 판결문'이라는 반박 불가한 팩트 앞에 영구 박제된다. 방탄 인민재판을 향해 돌아가던 거대한 톱니바퀴가 완전히 박살 나는 것이다.
다수의 폭력에 굴복하지 않고, 사법의 룰 안에서 팩트로 역공을 펼친 고독한 검사의 결기. 숫자로 법을 짓뭉개려던 거대 권력의 턱밑에 꽂아 넣은 이 1억 8천만 원짜리 청구서가 오늘따라 유난히 날카롭고 매섭다. 굳이 말을 얹을 필요조차 없게 만드는 완벽한 방어전에 무음의 기립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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