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ceG9568 마음만 남겨주고 가셔도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감우님의 글을 마주하니 내심 더 반갑네요🤭
예전 생각까지 나실 만큼 몰입해주셨다니...!
이보다 짜릿한 보상이 있을까 싶어요:)
연중 거부 라는 특명을 주셨으니
또, 다음 기억을 부지런히 더듬어 봐야겠네요 ✨
-우리의 첫 만남 2
타인의 시선을 받는 일에는 제법 익숙한 편이라 자부했는데, 그의 시선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예상보다 더 깊은 눈매, 그리고 강렬한 인상 위에 덧입혀진 여유로움.
그 눈빛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더 깊게 파고들고 싶은 욕심이 차올랐지만, 정작 나는 은근슬쩍 시선을 피하기 급급했다.
그런 나의 긴장을 눈치채셨는지,
주인님은 물 잔을 내려놓으며 아주 가볍게 운을 떼셨다.
“오시는 길은 괜찮았나요?”
“나름 서둘렀는데... 금요일이라 차가 많긴 하더라고요.
오래 기다리신 건 아니시죠?”
일상적인 대화였음에도 낮게 울리는 목소리에 마음이 간지러웠고 다행히 그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으셨다.
식사가 시작되었지만, 정작 음식의 맛은 도무지 느껴지지 않았다.
“음식이 입에 안 맞아요?”
“아, 아니요. 생각보다 훨씬 취향인 분이 앞에 계셔서 손이 잘 안가네요.”
조금이나마 근사하게 나를 포장하려던 계획은 속절없이 무너졌고, 필터 없이 툭 튀어나온 나의 고백에 주인님의 입가에 아주 옅은 미소가 번졌다.
“준비된 멘트는 아니죠?”
나를 빤히 응시하며 짓궂게 물어오는 주인님.
이미 엎질러진 물, 나는 진심을 내뱉었다.
“저 되게 낯가려요. 준비했어도 못 했을 거예요.
지금도 떨려 미치겠는 거 정말 정말... 간신히 참고 있거든요.”
내 말이 끝나기 무색하게, 주인님은 결국 참지 못하고 큰 웃음을 터뜨리셨다. 아까의 옅은 미소와는 다른, 무언가 팽팽했던 긴장감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시원한 웃음소리였다.
-우리의 첫 만남
생각보다 신중했고, 예상보다 빨랐다.
첫 만남을 약속하며 예약하셨다 알려주신 식당은
이미 여러 번 가본 곳인터라
며칠간 내심 다행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달랬다.
하지만 꼭 이런 날은
미리 서둘러도 시간에 쫓기듯 도착하게 된다.
분명 어느 정도 익숙한 공간이었음에도
당일의 숨 막히는 긴장감은
그곳을 더없이 생소하고 낯선 곳으로 바꾸어 놓았다.
안내받은 룸의 문이 열렸을 때,
그곳에는 이미 주인님이 앉아 계셨다.
대화와 글을 통해 자기관리에
철저한 분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으나
실제로 마주한 존재감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건장하고 압도적인 체격에 나도 모르게 눈이 커졌고,
처음으로 마주한 나의 완벽한 이상형이라는 사실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직원이 나가고 정적이 찾아오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짧은 인사를 건네셨다.
“반갑습니다.”
“앗... 네, 안녕하세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주섬주섬 자리에 앉았다.
주인님도 다시 자리에 앉으셨고,
미리 준비된 듯 음식들이
정갈하게 테이블을 채우기 시작했다.
거대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과
그에 대조되는 정중한 매너.
내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 주시는 그 시선의 무게감.
그 묘한 간극이 나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ㅡ
요즘 새벽에 늦게 자는 날이 많아졌다.
‘보복성 수면지연’ 이라던가?
밤에는 멍하니 있어도 시간이 순삭되곤 한다.
일요일 아침,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내 곁에 서방님이 오셔서 “너 어제 통금 안 지키고 늦게 잤지.” 하신다. 잠결에 핸드폰 시계를 보니 10시 30분이 넘은 시각...
헉, 하면서도 비몽사몽하고 있는 내 몸을 굴려 엎어 놓으시곤, 치맛자락을 걷고 궁디를 팡팡. 👋🏻
‘상인지 벌인지 헷갈리는데요...?’ 라는 말은 속으로 삼켰다. 😂
오후엔 서방님과 산책을 다녀왔다.
일부러 처음 보는 길을 택해 걸어보고, 이 가게 저 가게 구경도 하고, 장도 보고, 눈에 보이는 간식거리도 사먹고 하다보니, 둘이서 어디 먼 데로 여행이라도 다녀온 것 같았다.
둘만의 여행은 만삭 때 이후로 한 번도 없었지만, 그래도 아이가 이제 많이 큰 덕분에 이런 오붓한 시간을 잠깐씩은 가질 수 있어서 요즘 참 좋다. 좀 더 크면 진짜 여행도 다닐 수 있겠지.
다니다가 내가 손에 짐이나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들고 있으려 하면 홱 낚아채 가신다.
연애할 때부터 늘 그러셨다.
“넌 손이나 줘.” 라고.
요즘은 밖에서 걸을 땐 팔짱을 끼라고 하시지만. 팔짱을 낀 손에 가만히 힘을 주어본다. ☺️
바닐라 부부일 때부터 아침 출근준비 전이나 잠 드시기 전에 전신안마를 해드리곤 했다. 요즘은 좀 더 자주.
마사지를 배워본 적은 없어서 그냥 느낌으로 하는데, 왠지 여기가 아프실 것 같은데? 하고 느껴지는 곳을 해보면 엄청 시원해하실 때가 있다.
시원하면서도 유독 아파하시는 부위도 몇 군데 알아서, 일부러 거길 좀 더 공략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안 비밀. 🤣 (복수(?)다.)
그렇게 마사지를 받으면서 서방님은, “너, 내가 너 없이 못 살게 만들려고 이러는 거지.” 하신다.
그럼 저랑 계속 사시면 되겠네요오. 🥰
ㅡ
주인님 댁이 아닌 나의 집에서 머물렀던 며칠.
홀로 마주하는 이 공간이 이토록 낯설었나 싶었다.
시계 초침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 속에서,
나는 늪에 빠지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 깊은 고요를 깨고 예고 없는 도어락 소리가 울렸다.
덜 마른 머리를 휘날리며 달려 나간 현관 앞엔
그토록 그리던 주인님이 계셨다.
싸늘했던 며칠간의 모진 침묵이 나를 위한 엄격한 가르침이었음을 애초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막상 마주한 주인님의 얼굴에 모든 긴장이 무너져 내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래서 혼자 두겠나, 일어나 집 가게.”
"네, 주인님... 금방 준비할게요."
대답하는 목소리는 잘게 떨렸지만 나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주인님이 곁에 계시다는 사실만으로도 집안의 공기가 비로소 생기를 되찾은 듯했다.
머리를 대충 정리 하고 설렘과 안도가 묻어있는 손끝으로 얼마 되지도 않는 짐을 챙기려 서두르는 나의 뒷모습을 주인님은 어떤 표정으로 바라보고 계셨을까.
현관 불이 꺼지고
마침내 주인님의 뒤를 따라 문 밖으로 나섰을 때 마주한 밤공기는 더 이상 시리지 않았다.
다시는 이 문 뒤의 고독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고백을 삼키며, 마침내 허락된 주인님의 따뜻한 품에 안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