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ac(꼬냑)@supernovajunn
쌓인 게 없으면 AI한테 지는 게 아니다. 애초에 경쟁 자체가 없었던 거다
2026년 4월, AI가 코드를 짜고 논문을 쓰는 지금, 진짜 희소한 능력은 무엇인가
유데x에 가득 찬 강의들을 본적 있는가?
유데x에는 지금 이 순간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부트캠프 2026"이 팔리고 있다. 평점 4.7, 수강생 14만 명. 강사는 자신있게 말한다: "GPT-5.4, Claude로 원하는 결과를 뽑아내는 비법을 알려드립니다."
이 강의를 들은 수십만 명 중 몇 명이나 실제로 '뭔가 다른 사람'이 됐을까.
나는 그 숫자가 생각보다 훨씬 적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게 그들의 실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Part 1. 프롬프트 능력은 기능이다, 지혜가 아니다
"좋은 프롬프트를 던질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은 옳다. 하지만 그게 훈련 가능한 기능인가, 삶에서 우러나온 통찰인가를 구분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예를 들어보자. 같은 질문을 AI에게 던진다고 해보자
"창업 초기 마케팅 전략을 알려줘"
vs
"제품은 있는데 돈도 없고 팀도 나 혼자야. 타깃은 30대 직장인 남성이고 유사 경쟁자 3개가 이미 시장에 있어. 우리가 가진 건 창업자 본인의 SNS 팔로워 3,000명뿐이야. 6개월 안에 월 매출 500만 원을 만들어야 해. 어떻게 해?"
두 번째가 훨씬 낫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런데 두 번째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지는 사람은 애초에 타고난 것일까?
창업 실패를 한 번 해본 사람. 마케팅 책 10권을 읽은 사람. 경쟁자 분석을 직접 해본 사람. 고객에게 거절당해본 사람 이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프롬프트 능력은 그 사람의 삶이 쌓인 결과물이지, 강의 30시간의 결과물이 아니다. 배경 지식과 경험이 깊을수록 프롬프트 품질이 높아진다는 것은 AI 리터러시 연구들이 공통으로 내리는 결론이다.
Part 2. AI는 이미 창의적 사고에서 인간 평균을 넘었다
아칸소 대학교 연구팀이 Nature의 Scientific Reports (2024년)에 발표한 연구는 불편한 진실을 말해주고 있다.
GPT는 창의적 사고 테스트에서 인간 평균 이상의 점수를 기록했다. 창의성의 가장 기초적인 형태 "이 물건을 몇 가지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어?" 에서 AI는 이미 대부분의 사람을 이겼다.
그러면 '창의성'은 이미 죽었나? 내 생각은 "아니다".
연구는 동시에 이걸 말한다. AI는 창의적 사고에서 앞서지만, 여러 아이디어 중 실제로 좋은 것을 고르는 능력 에서 인간보다 뒤처진다. 또 창의적 글쓰기에서도 인간에게 밀린다. 경험과 맥락에서 나오는 "왜 이게 지금 중요한가"를 모른다.
밥 딜런이 가사를 쓸 때, 그는 창의적적 사고를 한 게 아니었다. 가난, 전쟁, 사랑, 배신을 살아낸 사람이 그 감각을 언어로 변환했다. AI는 밥 딜런풍 가사를 쓸 수 있다. 하지만 왜 그 가사가 1963년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퍼졌는지를 느끼지 못한다
Part 3. 지식이 공짜가 되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사람
2026년 현재, 정보의 단가는 이미 0에 수렴하고 있다.
GPT에게 "양자역학 쉽게 설명해줘"라고 하면 MIT 강의 수준의 설명이 5초 안에 나온다. 법률 자문? 의료 정보? 마케팅 전략? 전부 공짜다.
그러면 무엇이 비싸지는가?
내가 생각하는 세 가지다.
판단 (Judgment): 정보가 넘쳐날수록 "이게 맞는 정보인가, 지금 내 상황에 적용 가능한가"를 판단하는 능력이 희소해진다. 오비리프를 막아주는 편집자, 루머와 팩트를 가르는 기자, 100개 전략 중 지금 상황에 맞는 1개를 고르는 컨설턴트. 이들의 가치는 올라간다.
연결 (Connection) 전혀 다른 분야의 지식을 연결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능력. 스티브 잡스가 캘리그래피 수업에서 배운 것을 맥 폰트 디자인에 연결했듯이. 이 연결은 AI가 흉내는 내지만 먼저 하지는 못한다. AI는 인간이 연결해 놓은 것을 학습하기 때문이다.
설득 (Persuasion) 결국 인간은 인간에게 설득된다. AI가 쓴 글인 걸 알면서도 감동받는 사람은 드물다. 글 뒤에 살아있는 사람의 경험이 있을 때, 독자는 다르게 반응한다. 로버트 치알디니가 말한 "호감" 우리는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을 신뢰한다 은 AI가 복제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이다.
Part 4. 독서가 프롬프트보다 먼저인 이유
"AI 시대에 독서가 무슨 소용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아직 모른다고 생각한다.
독서는 단순히 정보를 얻는 행위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사고 구조를 내 뇌에 설치하는 행위다.
말콤 글래드웰의 책을 읽으면, 그의 방식 하나의 미시적 사건에서 거시적 패턴을 발견하는 렌즈 이 내 사고방식에 침투한다. 유발 하라리를 읽으면, 인류 역사를 하나의 서사로 꿰는 프레임이 생긴다.
그 렌즈와 프레임이 쌓인 사람이 AI에게 질문을 던지면, 질문 자체가 달라진다.
미국 과학출판그룹의 2025년 연구는 이걸 반대편에서 증명했다: "AI 텍스트 요약에 과의존하면 깊은 독해 능력과 지속적 주의력이 저하된다." AI가 요약해주는 걸 받아먹기만 하면, 결국 프롬프트를 던질 내공도 사라진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가 아니다. 독서와 경험이 토양이고, 프롬프트는 그 위에 피는 꽃이다. 토양 없이 꽃을 심으면 며칠 안에 시든다.
프롬프트 강의를 들을 돈으로 책을 사는게 어떨까?
아이러니하지만, 최고의 프롬프트 컨텍스트 엔지니어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프롬프트 기술을 배운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생각하는 훈련을 오래 한 사람들이다. 철학을 공부했거나, 글을 오래 썼거나, 한 분야에서 깊게 실패하고 성공한 경험이 있거나.
AI는 당신이 가져온 만큼 돌려준다. 빈손으로 오면 빈손으로 돌아간다.
프롬프트는 기술이다. 하지만 그 기술이 작동하려면, 먼저 경험과 맥락이 쌓인 인간이 필요하다.
그 쌓임은 프롬프트 컨텍스트 강의 30시간으로 오지 않는다.
읽고, 경험하고, 실패하고, 연결하는 것. 그게 느리지만, 유일하게 AI가 복제하지 못하는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