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교 때 친구와 둘이 탄 고속버스 안. 잘생긴 외국인 남자가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한국 박물관을 구경하고 싶은데 에스코트 해주실 수 있나요?” 친구와 나는 망설임 없이 “Yes!”를 외쳤다. 그 순간, 뒷좌석에 앉아있던 지긋한 중년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말했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리고는 유창한 영어로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솔직히 속으로는 아쉬웠다. ‘에이… 우리 대화 기회 뺏겼네…’ 싶었던 어린 마음. 결국 넷이 함께 박물관을 둘러봤고, 중년의 아저씨는 차분하게 통역도 해주고 한국 역사까지 설명해주셨다. 투어를 마치고 헤어지기 전, 아저씨가 우리에게 조용히 말했다. “학생, 우리나라에 대한 자긍심은 갖고 살아야 해.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 혼자 다니는 외국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믿어선 안 된다.” 그때는 뭐지 했는데,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고 보니 그 말씀이 참 맞는 말이었다. 세상에는 친절도 필요하지만, 경계심도 필요하다는 걸 그날 처음 배웠던 것 같다. 그 중년의 신사는 잘 살고 계실까? 외국인보다 그 아저씨의 음성과 체형이 어렴풋 기억이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