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마다 모 대학에 가서 수업을 들었고, 친구들과 저녁을 먹었으며, 교차로를 건널 때마다 바람이 불면 잠시 눈을 감았다. 오랜만에 읽는 나보코프 장편은 아름답고 다정했다. 선생님은 언제까지 내게 “선생님”으로 남아있으리란 걸,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했다.
그동안 거대한 것들에 대해서 말했으니, 이제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하자면... 3월에는 새로 산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며, 아무데서나 꺼내 읽었다. 네이비와 퍼플, 그리고 워크웨어에 꽂혀서 자유롭게 입고 다녔다. 학교 도서관에 애착 소파가 생겼다. 선물 받은 다이어리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결국은 내게 소중한 몇몇 사람에게만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두컴컴한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친구와 통화하고 있는 나를 선생님이 찾아내서, “진료 안 받으면 나 집에 간다?”라고 협박했는데(선생님의 워딩이다), 우리가 만나온 10년이라는 시간이 그 순간에 모두 들어있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혼자 읽었던 책을 이 사람도 재밌어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모임이나 수업을 준비하고, 오히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기쁨을 얻어 돌아가는 일이 내게도 가능할까? 이제 y님도 모임장을 맡아보라는 권유를 종종(사실은 자주) 듣는데, 그럴 준비가 되어있는지 아직 모르겠다.
로자노프, 『고독』. 투르게네프는 삶에서 느낀 것을 예리한 감각으로 표현해냈다. 솔직하게 말이다. 그러나 로자노프는 한 번 더 솔직해진다(깊은 곳으로 내려간다). 그는 오랫동안 생각해온 본인의 결점에 대해 쓴다. 자신이 고독한 이방인이며,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걸 인정한다.
“Good-by, my book! Like mortal eyes, imagined ones must close some day. Onegin from his knees will rise—but his creator strolls away. And yet the ear cannot right now part with the music and allow the tale to fade; the chords of fate itself continue to vibrate;
@Luka_Vox 안녕하세요, RRR님. 남겨주신 멘션이 저에게도 큰 힘이 되었어요. 저 혼자 메모장에 남기는 기록이라고 생각했는데, 독자가 있었군요! 저도 덕분에 『우리들의 광기를 참고 견딜 길을 가르쳐 달라』가 오든에 대한 소설이라는 걸 알게 됐네요. 꼭 읽어볼게요. 앞으로도 종종 얘기 나눠요. ☺️
and no obstruction for the sage exists where I have put The End: the shadows of my world extend beyond the skyline of the page, blue as tomorrow’s morning haze—nor does this terminate the phrase.” (The Gift, Vladimir Nabokov)
시간이 지날수록 『부활』을 더 자주 생각한다. 아니, 한 줄 한 줄이 영혼에 새겨지는 것 같다. 한 소설이 한 인간에게 이토록 거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까? J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이 소설을 읽지도 않았을 것이고, 다른 번역으로 읽었더라면 이렇게 내게 흔적을 남기지도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