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존스 retweetledi

50억의 무게
어느 날 갑자기 온라인이 술렁였다.
"50억은 있어야 은퇴할 수 있다"는 누군가의 한마디가 던진 파문이었다.
나는 그 숫자를 보며 문득 어린 시절 동네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매일 같은 시간 벤치에 앉아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시던 그분은 통장에 얼마가 있었을까.
50억.
그것은 숫자가 아니라 불안의 다른 이름이었다.
사람들은 격렬히 반응했다.
어떤 이는 조롱했고, 어떤 이는 절망했다.
하지만 정작 아무도 묻지 않았다.
우리는 왜 자유를 돈의 무게로만 재려 하는가.
원래 FIRE 운동은 소박했다.
적게 쓰고 일찍 자유를 찾자는 철학이었다.
미국의 어느 부부는 연 2천만 원으로 행복하게 산다고 했다.
그들에게 자유란 시간의 주인이 되는 것이었지, 통장 잔고의 노예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우리는 어쩌다 이리 되었을까.
서울 집값에, 사교육비에, 노후 불안에 짓눌려 자유의 가격표는 점점 커져만 갔다.
50억을 외치는 이들은 사실 모든 것을 포기하지 못한 채 자유를 원했다. 강남의 아파트도, 자녀의 유학도, 품위 있는 노후도.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또 다른 속박이었다.
진짜 파이어족이 된 한 지인은 내게 말했다.
"가장 어려운 건 돈을 모으는 게 아니라 욕심을 버리는 거였어요."
그는 서울을 떠나 시골로 갔고, 텃밭을 가꾸며 산다.
통장엔 50억은커녕 5억도 없지만, 그의 눈빛은 자유로웠다.
50억 논쟁을 보며 깨달았다.
우리가 찾는 것은 은퇴가 아니라 안심이었다.
하지만 불안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었다.
500억을 가진 이도 5000억을 부러워한다.
결국 자유란 가진 것의 크기가 아니라 놓을 수 있는 용기의 문제였다.
저녁 무렵, 나는 창밖을 본다.
해가 지는 것도 모르고 일하는 사람들.
그들은 언제쯤 자유를 살 수 있을까.
아니, 자유는 살 수 있는 것일까.
50억이라는 숫자 앞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꿈이 아니라 꿈꾸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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