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비해 <반야 아재>는 볼 것이 많은 대신 집중도가 떨어졌고, 일제 시대로 각색해서인지 소냐(은희)의 마지막 대사에서도 그럼에도, 힘내어 살아가는 삶의 빛남과 그림자를 모두 껴안기보다 고통을 감내하는 쪽으로 치우쳐 조금 아쉬웠다. 같은 원작도 이렇게 선명하게 다르게 읽을 수 있다니.
엄청난 환호에 한 곡만 하겠다던 앵콜을 두 곡씩이나. 슈트라우스의 왈츠를 편곡한 <빈의 야회>에서 찬란하게 휘몰아치더니 조용히 녹턴으로 마무리하고 피아노 뚜껑을 닫고 작별. 덕분에 나고야의 밤은 평안히. 인생이 쌓여가는 이 사람의 연주를 20년, 30년 계속 듣고 싶다.
#チョソンジン
숨을 고르듯 걸어 들어오는 바흐에서 시작해, 달에 홀린 피에로처럼 벼락치듯 쏟아지는 음들에 이리저리 휩쓸리게 하는 쇤베르크를 지나, 단단한 음 위에 차곡차곡 서사를 쌓아 나가는 슈만, 그리고 인생의 기쁨과 회한과 변덕과 즐거움과 재치와 슬픔이 뒤섞인, 인생 그 자체인 쇼팽의 왈츠 전곡.
“우리가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 기회를 발견하는 방법,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는 태도, 새로운 아이디어에 다가가는 자세, 그리고 성공과 실패를 책임지는 방법 등. 이것들은 과학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요소일 뿐 아니라 삶 전반을 확고하고 충만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이 책 제목 때문에 천체물리학? 책인 줄 알고 미뤄뒀는데 (이런, 부제에 분명 ‘불확실한 세계를 돌파하는 과학의 태도’라고 적혀 있는데!!) 들어가는 말부터 너무 두근두근하잖아? 나 과학 사랑해요!!라는 진심이 마구마구 전해짐. 『궤도 너머』, 카밀라 팡 지음 조은영 옮김, 푸른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