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덜덜 떨리게 추운 날 코트에 모자만 뒤집어쓰고 건우형 자취방 찾아간 이세진
3년 전에 쓰던 비번이 자꾸만 틀렸다고 삐삐삐거려서 설마, 하는 마음에 입력한 0801
그대로 띠리릭 열리는 도어락에 마음 이상해진 채로 거실 쇼파에 앉아서 건우형 기다림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한 류건우는
요즘 붐은 큰건
이세진 한참 연생하면서 힘들 때 우연히 만난 건우형
어쩌다 보니 집 비번도 공유하고 서로 니집내집 하면서 아는 형동생이라기엔 가깝고 연인이라기엔 먼 그런 아슬아슬한 관계로 지내다가
이세진 자이롭으로 데뷔하게 되면서 류건우 쪽에서 먼저 연락 뚝 끊었으면 좋겠음
큰문은 이세진 짝사랑하는 박문대가 좋음
근데 이세진도 본인 모르게 박문대 맘에 두고 있었으면 좋겠어 근데 이제 약간 삐뚤어진 마음으로
박문대가 여자랑 스캔들 나는 건 어차피 아닐 거 알고 별로 신경도 안 쓰는데다 알아서 해결할 거라고 믿는데
남자랑 스캔들 나면 그날 하루종일 저기압임
큰문 싸우고
박문대가 이세진한테 얘기 좀 하자고 너네 집 앞이라고 카톡 보내면
미리보기로 본 건지 뭔지 1은 안 사라지는데
한 10분 정도 뒤에 아파트 계단에서부터
우당탕탕 소리 들리면서 이세진 미끄러지듯 내려옴
방금 막 왁스칠 한 것 같은 머리 끄트머리 만지작거리면서 말도 없이 왜 왔는데…
청게 큰문
열여덟 이세진의 사랑이란…
자기 생일보다 박문대 생일을 더 기다리고
아침잠 5분이 소중하면서 박문대랑 같이 아침자습 나가고
수업시간 발표 잘해서 받은 사탕이나 젤리를 기꺼이 박문대 손에 쥐여주고
공부하다 잠깐 조는 박문대가 햇빛에 미간 찌푸리면 자기 손으로 눈을 가려주는
조례 때 인사만 하고 후다닥 떠나버림
이세진 학교 끝나고 폰 받자마자 바로 연락해보는데
없는 번호라고 떠
박문대가 학교를 빠진 일주일 내내 혼자서만 보낸 카톡창도 이젠 알수없음으로 바뀌어있어
고딩세진이 그날 밤에 쬐끔 울었음
첫사랑 첫키스 다 뺏어가놓고 이렇게 떠나는 게 어디있어
두 달이 지나도 세 달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함께 첫 술 마시자는 말 같은 대학 가자는 말 먼저 연락하겠다는 말
뭐 하나도 지켜진 게 없어
결국 세진은 문대를 가슴에 묻어야 했음
어느새 시간이 흘러 대학도 가고 연애도 하는 세진
분명 친구도 많고 연애도 하는데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아
모종의 이유로 세진이네 집에서 같이 살게 된 큰문
중딩 때부터 같이 살아서
고딩 정도 되면 서로 불편하고 어쩌고 할 것도 없을듯
바로 옆방이라서 가끔 악몽 꾸거나 혼자 못 잘 것 같은 밤엔 베개들고 서로 방 찾아가고…
그럼 방 주인은 아무 말도 없이 이불 끌고 바닥에서 같이 자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