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뇽 retweetledi

청와대가 기어코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공식 항의 서한을 보냈다는 속보가 떴다. 김용범 정책실장의 국민배당금 발언 중 초과세수를 초과이익(profit)으로 잘못 번역해 보도하는 바람에 시장에 혼선이 오고 주가가 폭락했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글로벌 자본의 차가운 철퇴를 맞고 패닉에 빠진 권력이, 결국 자신의 무능을 덮기 위해 외신의 번역 탓을 하며 바다 건너 언론사와 섀도복싱을 시작했다. 일국의 청와대가 보여주는 대처치고는 참으로 눈물겹고 찌질한 코미디다.
블룸버그가 profit(이익)이라 번역했든 tax revenue(세수)라 번역했든 그것은 이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이윤이 나야 세수가 걷히는 것이니, 기업의 금고를 털어 유권자에게 뿌리겠다는 그 약탈적 포퓰리즘의 본질은 단어 하나 바꾼다고 가려지지 않는다. 블룸버그는 얄팍한 말장난에 속지 않고 그 정책의 진짜 숨은 의도를 전 세계 금융 시장에 가장 정확하게 타전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이 항의 서한이 블룸버그의 사과를 받아낼 수 없다는 것을 정말 모를까. 당연히 안다. 이 촌극의 진짜 목적은 외신과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아니다. 이 항의 서한의 진짜 수신자는 뉴욕의 블룸버그 데스크가 아니라, 흔들리고 있는 국내의 강성 지지층이다.
자신들이 호기롭게 던진 대기업 금고 털기 프로젝트가 주가 폭락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중도층의 비판이 쏟아지자, 지지층의 이탈을 막기 위해 시급하게 외부의 적을 창조해 낸 것이다. 우리의 위대하고 정의로운 국민배당금 정책이, 악의적인 외신의 오보와 이를 받아쓰는 보수 세력 때문에 억울하게 무너졌다는 핍박받는 순교자 서사. 이 찌질하고 얄팍한 면피용 방패막이를 세우기 위해, 국가의 권위까지 깎아내려 가며 외신 언론사와 싸우겠다는 유치한 선전포고를 날린 셈이다.
하지만 이 비루한 책임 전가보다 훨씬 더 뼈아픈 팩트가 있다. 그들이 번역의 오류라며 핏대를 세우는 변명의 얄팍함이다.
백번 양보해서 청와대의 핑계대로 대기업의 이윤을 직접 강탈하려던 게 아니라, 단순히 법인세가 많이 걷혀 발생한 초과세수를 활용하려 했던 것이라 치자. 그렇다면 김용범 실장의 해명은 그 자체로 완벽한 자가당착에 빠진다.
어차피 이재명 정권은 불과 얼마 전에도 세수가 더 걷혔다는 핑계를 대며 수천억 원의 추경을 편성해 지역화폐와 상품권을 전국에 살포하지 않았던가. 툭하면 남는 세금이라며 현금을 뿌려대던 그 지극히 익숙하고 노골적인 낡은 매표 행위를, 도대체 왜 이제 와서 AI 시대의 새로운 분배 패러다임이니 국민배당금이니 하는 위대한 발명품인 양 포장해 호들갑을 떨었단 말인가.
늘 해오던 진부한 돈 뿌리기 수법에 AI와 배당이라는 허영심 가득한 라벨을 붙여 거대 담론 행세를 하려다, 블룸버그의 건조한 기사 한 줄에 스텝이 꼬여버린 우스꽝스러운 촌극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들이 원래 썼던 초과이윤이라는 단어의 무식함은 또 어떠한가.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삼성과 하이닉스가 수십조 원의 적자 리스크를 짊어지고 피 튀기는 글로벌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아 거둔 정당한 과실이다. 도대체 무슨 권리로 국가가 초과라는 오만한 딱지를 붙여 범죄 수익 취급을 한단 말인가.
손실이 났을 때는 단 1원도 보전해주지 않으면서, 이익이 나면 그것을 초과된 불로소득으로 규정해 강탈하려는 발상은 완벽한 반시장적 망상이다. 그것을 세수라는 단어로 살짝 바꿔 부른다고 해서 시장의 분노가 잠재워질 리 만무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매물 폭탄을 던지고 도망친 것은 블룸버그의 오보 때문이 아니다. 자국 기업의 이윤을 권력의 쌈짓돈으로 여기는 낡은 마인드의 국가에서는 도저히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는 글로벌 자본의 냉혹하고도 정확한 진단 결과다.
늘 하던 현금 살포를 훌륭한 철학인 양 포장하려다 외신에 뺨을 맞고, 그 책임을 번역 탓으로 돌리며 지지자들 결속이나 다지는 찌질한 권력. 블룸버그는 사과할 이유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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