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부터 외출할 일이 있으면 무조건 걷고 있다. 걷기를 하며 그제는 우연히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꼭 닮은 어르신을 마주치고 몰래 울었고, 오늘은 과일가게의 문지기 고양이를 만나 반가웠다. 시작은 교통비를 절약하기 위해서였지만 결국 돈 보다 더욱 값진 걸 얻게 된 기분. 참 좋은 봄날이다.
사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있어서 선택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선택을 하는 마음의 동기다. 더 잘 살고 싶은 마음, 행복하고 싶은 마음, 편안하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들이 모여 선택하게 만든다. 그러니 나를 믿자. 내 마음을 믿자.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아’를 거꾸로 들으면 ‘누구든지 어디서든 뭔가는 할 수 있어’가 된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책임감,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으면 인생이 편해진다. 뭐라도 어떻게든 하고 살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살다보면 또 살아진다. 삶이란 그렇다.
미리 걱정하지 말 것. 걱정되는 일이 사실이 된다면, 그건 내가 원래 한 번 겪어야 할 고통을 미리 걱정하는 탓에 결국 두 번씩 겪는 꼴이 되기에. 그러니 가을에 낙엽으로 지는 한이 있더라도 봄에는 아무 걱정말고 활짝 피어나자. 세월이 흘러도 나이테의 흔적은 울창하던 그해 봄을 기억할테니.
혼란스럽던 사회초년생 시절,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말씀. “실수는 뭐라도 해보려는 사람만이 저지를 수 있고, 방황은 어디든 가보려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아직도 나 자신이 미워질 때면 되뇌인다. 잘 모르는 건 당연하고, 잘 못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라고. 그러니 조금은 뻔뻔해져도 괜찮다고.
인생에 딱 플레이리스트 랜덤 재생 만큼의 불확실성만 존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 큰 기대도, 더 큰 실망도 없이. 안 좋은 날은 그냥 건너뛰면 그만이고, 특히 좋았던 날은 두고두고 반복하고. 닳고 닳아 쭉 늘어나더라도 냉장고에 잠깐 얼려 다시 고쳐 쓰는, 카세트 테이프 같은 삶이 좋다.
아침에 택시를 타자마자 기사님께 “新年快乐” 인사를 건넸는데, 울컥 하시더니 소매로 눈물을 닦으시는. 일이 바빠 고향에 못 간지 몇년인데 덕분에 덜 외로운 새해라고, 차를 내리고도 한참 창밖으로 눈인사를 해주셨다. 말 한마디로 너무 큰 마음을 받은 기분. 모두에게 더 따뜻한 한 해가 되었으면.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방법은 바다 그 자체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홀로 버티는 건 쉽게 지친다. 쓸려가거나 넘어지기 일쑤지. 그러니 똘똘 뭉쳐서 우리는 바다가 되자. 세월의 파도가 중요한 기억을 지우지 않게, 더 잘 살자. 서로 기대고 품으면서. 슬픔과 정의를 삶에 품고서. 그렇게 잘 살아보자.
과거든 미래든 너무 멀리 가 있으면 힘이 드는 것 같다. 삶이란 마치 비디오 테이프와 같아서 자꾸 돌려대다보면 잘 늘어나기에. 축 늘어지지 않으려면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한다. 오랜 후회나 앞선 걱정을 이겨내는 방법은 사로잡히지 않고 내가 있어야 할 시간에 그냥 서 있는 것.
멀리 나간 가족이 전화를 안 받을 때의 기분이 어떤지, 초조하게 기다리는 이의 마음이 어떤지, 비행기가 ‘쿵’ 소리를 내며 착륙하기 직전의 긴장감이 어떤건지 너무 잘 알아서, 그래서 더 마음이 무겁다. 그게 나였을수도 있어서. 굳이 그리지 않아도 이미 뚜렷한 슬픔이 있다.
시대에 순응하지 않아도 안전을 위협받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싶다. 이제 고3이 되는 동생에게 곧 있을 기말시험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으면 좋겠다. 대학에 가면 어떤 동아리에 들어가지, 그따위 고민들만 물려주고 싶다. 더 이상 누군가의 피로 물든 시대의 생존자로 살고싶지 않아.
무언가를 좋아하면 480p가 기본값인 세상에서 그와 관련된 것만 1080p로 보이게 된다. 사랑에게는 시선을 선명하게 만드는 힘이 있기에. 새로운 취미도, 짝사랑이 주는 설렘도. 사랑에 빠지면서 신대륙을 발견한 탐험가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사랑은 나를 더 넓은 세상에 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