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치한 종명終命은 무궁히 영광을 받을 수 있나. 말하지 못한 채 꺾인 하루의 뼈가 짧은 불씨처럼 떨다, 가늘게 식어가더라. 쏟아진 육혈에 새긴 침묵. 그간 모든 쓸쓸함을 담고 있었을까. 무너진 몸 위로 까만 성운이 떨어진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테니, 영광은 내가 얹어줄게. 한 떨기 꽃으로.
잡음과 혼선. 섞갈리는 뱃속에서 나온 진심. 난 죽었고 불사의 신도 비겁자라는 말을 들으며 구축驅逐되었다. 음전하고 미끈한 삶을 희원할 자격이 되는가. 혼이 도륙 나, 각피에 불과하다는 걸 알면서도 어찌 샘을 취하려 하는가. 정의는 토막 났고 저주가 태동한다. 세상 속 물결에 고통을 더하길.
사색思索은 나무의 언어로 자라. 기억을 더듬어 뻗는 건 뿌리가 되고 가지들은 망설임 끝, 하늘을 향해 닿으니. 종일 이어지는 내면 그 길 위에서 바람과 침묵이 서로를 번역하는 소리를 듣지. 사색四色을 흙 내음 엉긴 도화지에 펼쳤을 때 비로소 찾을 수 있게 돼. 퇴락과 갸륵을 품은 빨간 아이를.
전차 너머 자주의 실끝이 운명을 세는 것처럼 흔들린다. 노을이 미끄러지던 턱선. 보란 바람에 물들던 눈망울도. 광해光害의 방해로 달빛이 물결 위에 번지는 것처럼 그무러졌다. 끝없이 헤맨 목소리조차 듣지 못하게 됐지만 신기루라도 건드려서 너를 기억하려고. 검은 목련도 고결을 품을 줄 알아.
참 가엽기도 하지요. 빈곤한 영혼은 보석 앞에서도 절망에 눈을 감습니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을 미운 눈으로 보며 못나다 하더군요. 그래야 제 초라함이 가려질 테니. 그 무례한 무지함이 무얼 건드린지 알긴 할까. 그 눈을 영원히 감겨줄 수도 있다는 걸 안다면, 감히 그런 소릴 뱉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