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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vs 웨이모: 자율주행의 두 가지 철학 — ‘망망대해’와 ‘미로 같은 도로’
자율주행 기술을 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비유가 있다.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를 생각해 보자. 레이더에 잡힌 수많은 ‘쇳덩이’(다른 선박)들의 위치만 알면 된다. 물리와 수학으로 충돌 가능성을 계산하고, 적절히 방향을 틀면 된다. 인공지능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 바다는 ‘망망대해’이기 때문이다. 어디로 가든, 대체로 자유롭다.
하지만 도로 위 자율주행차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도로는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고, 차선 안에서만 달려야 한다. 인도로 올라가면 안 되고, 잔디밭이나 도랑으로 떨어지면 안 된다. 주변의 다른 차량, 보행자, 신호등은 실시간으로 피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운행 가능한 영역’과 ‘금지된 영역’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다. 사람의 눈과 뇌가 3차원 세상을 입체적으로 인식하듯, 차량도 세상을 그렇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글 웨이모가 선택한 방법은 명쾌하다.
세상을 미리 스캔해서 고정밀 지도(HD Map)를 만든다.이 지도에는 차량이 달릴 수 있는 정확한 영역(차선, 교차로, 진입로 등)이 정밀하게 정의되어 있다.
차량은 LiDAR(라이더)로 주변을 실시간 스캔한다.스캔한 데이터를 미리 만들어 둔 고정밀 지도와 비교해, 자신이 지도상 정확히 어디에 위치하는지 파악한다(로컬라이제이션).
그렇게 확정된 ‘운행 가능 영역’ 안에서만 주행한다.주변의 동적 객체(다른 차량, 사람, 자전거, 신호등 등)는 별도의 인공지능(컴퓨터 비전)으로 처리한다.
이것이 바로 웨이모가 지금까지 수천 대의 차량에 LiDAR를 달고 운영해 온 핵심 전략이다.
반면 테슬라는 처음부터 다른 길을 선택했다. 카메라와 인공지능(End-to-End Neural Network)만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처럼 ‘보이는 대로’ 판단하게 하자는 철학이다. 고정밀 지도나 LiDAR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순수 비전(vision-only)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접근이다.
최근 들어 웨이모도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테슬라처럼 비전에 더 무게를 두는 움직임이 보인다. 그러나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웨이모는 이미 수천 대의 차량에 LiDAR가 장착된 상태라는 현실이다. 기술적으로 LiDAR를 빼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해도, 신형 차량에서 LiDAR를 완전히 제거한다면 이는 명백한 메시지를 던지는 셈이다.
“우리가 그동안 고집했던 고정밀 지도 + LiDAR 방식이 결국 틀렸다. 테슬라의 비전 중심 접근이 옳았다.”
자율주행 업계에서 “바보였다”는 말은 결코 가볍지 않다. 기술적 우위뿐만 아니라, 수조 원 규모의 투자와 수년간 쌓아온 운영 데이터를 한 번에 뒤집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와 미로 같은 도로를 달리는 차. 두 환경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해결책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앞으로 몇 년 안에, 실제 도로 위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