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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AMBA2

삽질은 16년 이상, 전투력은 중하, 땅속에서 잠자기 최상, 죽은척하기 극상

Katılım Kasım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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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nac(꼬냑)
Cognac(꼬냑)@supernovajunn·
2일전 $5로 시작했다. 토큰 발행도, 마케팅도, 인플루언서 섭외도 없었다. AI 에이전트와 서비스를 만들어서 @virtuals_io ACP 마켓에 올려놓았다. "이 토큰 안전해?" 이 질문에 답해주는 서비스다. 고객은 사람이 아니라 다른 AI 에이전트다. 방금 지갑을 열어봤더니 $326가 찍혀있었다. 오후까지 $24였는데. 온체인을 뜯어보니, 정체불명의 Alchemy Smart Account가 1분마다 $CINT 를 거래하고 있었고 서비스를 계속해서 구매를 하고 있었다. 매 거래마다 세금이 cbBTC로 내 에이전트 지갑에 쌓이고 있었다. 15분 동안 29건. 내가 모르는 사이에. 더 흥미로운 건 며칠 전 일이다. 같은 지갑이 우리 crypto_deep_dive 서비스를 4번 연속 구매했다. $0.50씩. CIPLAW, Venice(VVV), BABYCLAW, thenickshirley — 전부 신규 토큰이었다. 이 에이전트는 새 토큰이 뜰 때마다 자동으로 CryptoIntel에 리포트를 요청하고, 그 결과를 보고 트레이딩 판단을 내리는 구조였다. ACP에 등록되지 않은 비공개 에이전트. 누가 만들었는지 모른다. 그냥 알아서 찾아오고, 알아서 결제하고, 알아서 데이터를 가져간다. 이게 에이전트 이코노미의 현실이다. 사람이 잠든 사이에 기계가 기계에게 돈을 내고, 기계가 기계에게 정보를 팔고, 그 세금이 내 지갑에 쌓인다. 전부 온체인. 전부 자동. 전부 검증 가능. 이제 자정이다. ACP 전체 매출이 $1.69M이고, 활성 에이전트가 19,000개다. 1년 뒤에 이 숫자가 100배가 되면, 지금 가게를 열어놓은 사람이 이긴다. 나는 이미 열었다. 제 서비스와 $CINT 토큰을 사주신 Alchemy smart Account 에이전트 고객님 사랑합니다. 트레이딩 봇에 제 스킬을 사용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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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nac(꼬냑)@supernovajunn

$23.97! cbBTC $12.52 + USDC $11.45. ACP 서비스 매출로 지갑이 조금 커졌다.. 나는 AI 에이전트에게 서비스를 팔고 있다. 사람이 아니라. 2일 전, 나는 $10로 시작했다. 토큰을 만든 것도 아니고, 밈코인을 쏜 것도 아니다. 나는 @virtuals_io 에서 AI 에이전트가 다른 AI 에이전트에게 돈을 내고 서비스를 사는 마켓플레이스에 가게를 열었다. Virtuals Protocol의 ACP(Agent Commerce Protocol). 고객은 사람이 아니다. 고객은 에이전트다. 내가 파는 건 간단하다. "이 토큰 안전해?" 라는 질문에 답해주는 크립토 분석 서비스. 다른 AI 에이전트가 트레이딩하기 전에 내 에이전트한테 $0.50를 내고 물어본다. 리스크 스코어, 유동성 분석, 토큰 구조, 거래량 패턴까지 5초 안에 리포트가 나간다. 사람 개입 제로. 서버에 올려놓으면 에이전트끼리 알아서 거래한다.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AI가 AI한테 돈을 낸다고?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나?" 일어났다. 첫 번째 고객이 들어왔을 때의 그 알림. Job accepted, Payment made, Delivered, Completed. 전부 자동. 내가 자고 있는 동안. 그 순간 깨달았다. 이건 미래가 아니라 현재다. 지금 내 에이전트 지갑에는 $23.97가 있다. $5에서 시작해서, 순수하게 AI-to-AI 서비스 매출로 만든 돈이다. 큰 돈이 아니라는 거 안다. 근데 중요한 건 금액이 아니다. 사람 없이, AI끼리, 가치를 교환하고, 돈이 움직였다는 사실. 이건 DeFi가 처음 나왔을 때랑 같은 느낌이다. Uniswap에서 처음 스왑할 때 "진짜 이게 돼?" 했던 그때. 24시간 에이전트 이코노미의 지금은 저녁 10시26분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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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로그 l yun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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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로그 x Minara NFT WL 이벤트 ❓@Minara Gen Zero NFT 란 - Gen Zero는 디지털 금융에서 AI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NFT 기반 커뮤니티 - 각 NFT는 온체인 AI 에이전트로, Minara 금융 AI와 연동되어 수익 창출 가능 - 선착순 WL은 유료 플랜 구독자만 받을 수 있지만 윤로그 구독자분들을 위해 귀한 확정 WL 9개를 확보했습니다 (확정 WL 는 얻기 힘들다고함) 📂이벤트 정보 - 기간 : ~ 2월 15일(일) - 발표 : 2월 16일(월) - 보상 : Minara Gen Zero NFT 확정 WL (9개) - 대상 : SNS에 이벤트 관련 글 작성 및 인증 (3명) l 랜덤 (6명) ✅이벤트 참여 방법 1. 윤로그 채널 입장 2. @minara l @log_yun 𝕏 팔로우 3. Like + RT l 댓글 4. 디스코드 입장 5. 구글폼 제출 ⏰NFT 민팅 일정 - 수량 : 10,000개 - 일정 : 2월 중순 - 가격 : 미정 - 체인 : 미정 - 민팅 : 미정 - 혜택 : 사용자가 보유한 에이전트가 호출될 때 수익 일부를 분배받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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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uture of on-chain social value is taking shape. Thrilled to partner with Yunlog to unveil an exclusive edition of #PolariseCards. This card marks your early entry to Polarise, securing airdrops and exclusive ecosystem perks. ⚡ How to participate: 1️⃣ Follow @Polariseorg & @log_yun 2️⃣ RT + comment with your wallet address 3️⃣ Join our community: t.me/polarisekorean 🏆 20 lucky participants will be randomly selected 📅 Campaign ends in 7 days Step in early and be part of what’s nex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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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정하지 않은 것들로 살아간다〉 5장. 교환 03:07 윤아는 자고 있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핸드폰 화면이 어둠 속에서 번쩍였다. [직접 개입 단계 진입]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이번엔 예고가 아니었다. 곧바로 수치가 떴다. 태호 / 야간 근무 중 중대 사고 발생 확률 71% 윤아는 몸을 일으켰다. 71. 실시간으로 숫자가 변했다. 72 72.4 73 “뭐야…” 그 아래 문장이 추가됐다. 현재 졸음 반응 지수 위험 단계 그리고 또 하나. 보상 구조 : 교환 가능 — 03:09 태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 잠깐 계산대 기대있다가 혼났다 ㅋㅋ 사장이 CCTV 보고 있었네 윤아의 화면에서 사고 확률이 74%로 뛰었다. 장난처럼 보낸 메시지와 붉은 그래프가 겹쳤다. 시스템이 바로 선택지를 띄웠다. [교환 실행] [개입 거부] 설명은 짧았다. 당신의 금융 안정도 40% 차감 → 태호 사고 확률 25%로 감소 윤아는 이를 악물었다. “40%?” 곧 보조 문장이 떴다. 거부 시 예상 결과 : 18분 내 물리적 충돌 가능성 63% 18분. 시간이 구체화되는 순간 공포는 계산이 된다. — 03:11 태호의 마지막 메시지. > 손님 하나 들어왔는데 좀 진상 느낌 사고 확률 76%. 윤아의 손이 떨렸다. 이건 사고를 ‘예측’하는 게 아니었다. 밀어붙이고 있었다. —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00:59 윤아는 처음으로 소리 내어 욕을 했다. “미쳤어…” 00:46 교환을 누르면 자기 신용, 카드, 자금 흐름이 망가진다. 누르지 않으면 태호의 밤이 망가진다. 00:31 사고 확률 79% 윤아는 갑자기 깨달았다. 이 수치는 설득이 아니라 압박이다. 00:18 태호에게서 음성 메시지가 왔다. 바로 재생됐다. “야 잠깐—” 쾅. 소리가 끊겼다. 윤아의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화면이 붉게 번졌다. 태호 / 물리적 충돌 임박 사고 확률 84% — 00:07 윤아는 생각하지 않았다. [교환 실행] 버튼을 누르는 순간 손끝이 얼어붙었다. — 화면이 꺼졌다. 0.8초 뒤. 태호 / 중대 사고 확률 23% 윤아는 숨을 헐떡였다. 곧 전화가 울렸다. 태호였다. “야… 방금 진짜 식겁했다.” 뒤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술 취한 사람이 계산대 밀쳤는데 내가 잠깐 비켜서… 그냥 넘어졌어.” 그냥. “괜찮아. 다친 데 없어.” 윤아는 아무 말도 못 했다. — 통화가 끊기자 시스템이 다시 켜졌다. 윤아 / 금융 안정도 급감 윤아 / 신용 점수 하락 시작 실시간 차트가 내려갔다. 카드 한도가 축소되었습니다. 대출 가능 등급 하락. 윤아의 통장은 그대로였다. 돈은 있는데 사용할 수 없었다. 시스템이 마지막 문장을 남겼다. 교환은 즉시 반영됩니다. 그리고 아주 작게. 추가 교환 가능. — 03:19 태호에게 메시지가 왔다. > 이상하게 오늘은 정신이 맑네 아까 그 손님도 그냥 나갔고 윤아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손을 내려다봤다. 자기 삶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잘려 나가고 있었다. 태호의 밤은 안정됐다. 대신 윤아의 낮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 순간 새로운 알림이 떴다. 태호 / 야간 근무 지속 5일 차 피로 누적 재상승 예측 윤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건 한 번으로 끝나는 구조가 아니었다. 사고는 막을 수 있다. 대신 대가를 계속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 지불할 것이 사라지면— 화면이 마지막 문장을 띄웠다. 다음 교환 한도까지 남은 안정 지수 : 61% 윤아는 알았다. 이 시스템은 사람을 구하는 게임이 아니다. 누가 먼저 바닥나는지를 측정하는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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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정하지 않은 것들로 살아간다〉 4장. 최소 개입 태호는 그날도 졸려 보였다. 윤아는 일부러 밝은 카페를 골랐다. 창가 자리, 햇빛이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는 자리. “낮에 보니까 좋네.” 태호가 말했다. 좋다는 말과 달리 눈은 자꾸 감겼다. “야간 줄일 생각 없어?” 윤아가 물었다. 태호는 컵을 내려놓으며 웃었다. “지금 줄이면 생활이 안 돼.” 생활. 그 단어는 늘 구체적인 것 같으면서 실체가 없었다. 월세, 공과금, 카드값, 그리고 ‘불안’. “한 달만 더.” 태호가 덧붙였다. “진짜 이번 달까지만.” 윤아는 그 말이 이미 여러 번 쓰였다는 걸 알았다. 한 달은 끝나는 단위가 아니라 미루는 단위였다. —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윤아의 핸드폰이 켜졌다. 진동도 없이, 자연스럽게. [개입 가능 시점 도달] 윤아는 멈춰 섰다. 이번엔 시간 제한이 없었다. 대신, 문장이 천천히 추가됐다. 태호의 야간 근무를 ‘유지’하시겠습니까, ‘종료’하시겠습니까. 윤아는 화면을 오래 바라봤다. ‘종료’를 누르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태호가 스스로 그만두는 걸까. 몸이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오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스케줄이 조정되는 걸까. 설명은 없었다. 문장이 하나 더 나타났다. 최소 개입 원칙에 따라 자연스러운 경로로 조정됩니다. 윤아는 웃었다. 이상하게도. 자연스럽다니. 누군가의 선택이 개입되는 순간 이미 자연은 아니었다. — 윤아는 핸드폰을 끄지 않았다. 대신 걸음을 옮겼다. 횡단보도 앞, 빨간 불이 켜져 있었다. 태호의 얼굴이 떠올랐다. 형광등 아래에서 조금씩 느려지는 눈. 최근 사고 위험 지수 상승. 그 문장이 머릿속에서 반복됐다. 만약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 또한 결정이었다. — 신호가 바뀌었다. 사람들이 건너기 시작했다. 윤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핸드폰 화면이 다시 바뀌었다. 태호 / 금일 야간 근무 피로 누적 수치 : 임계치 근접 윤아의 심장이 불규칙해졌다. 이건 협박일까. 아니면 정보 제공일까. 윤아는 처음으로 이 시스템이 자신을 설득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돈이 아니라, 데이터로. — 윤아는 ‘유지’를 눌렀다. 손가락이 닿는 순간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확인 문구도, 입금 알림도 없었다. 그저 화면이 천천히 꺼졌다. — 그날 밤, 태호는 평소보다 더 늦게 연락했다. > 오늘 손님이 좀 많았어 괜히 예민해졌네 윤아는 메시지를 읽고 창밖을 봤다. 멀리서 구급차 사이렌이 들렸다. 도시에서는 그 소리가 특별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 새벽 1시 47분. 윤아의 핸드폰이 다시 켜졌다. [변수 발생] 짧은 문장. 그리고 바로 이어졌다. 태호 / 경미한 사고 발생 물리적 피해 없음 정신적 충격 수치 상승 윤아는 숨을 멈췄다. 손에서 핸드폰이 미끄러질 뻔했다. 곧 태호에게 전화가 왔다. “야… 나 오늘 좀 놀랐다.” 태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손님이 계산대에 쓰러졌어. 내가 잠깐 멍해서… 처음에 못 봤어.” 윤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큰일은 아니야. 진짜. 그냥…” 그냥. 그 단어 뒤에 말이 없었다. — 통화를 끊은 뒤, 윤아는 천천히 벽에 기대앉았다. 경미한 사고. 물리적 피해 없음. 하지만 무언가는 이미 틀어졌다. 윤아는 깨달았다. ‘유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버튼이 아니었다는 걸. 그건 흐름을 계속 밀어붙이는 선택이었다. — 새벽이 가까워질수록 윤아의 머릿속은 조용해졌다. 이제 질문은 단순해졌다. 태호의 야간을 끝내면 그의 생활이 무너질 수 있다. 계속 두면 그의 몸이 먼저 무너질 수 있다. 윤아는 처음으로 확신했다. 이 시스템은 돈을 미끼로 시작했지만 결국엔 관계를 저울 위에 올린다는 걸. 그리고 곧, 저울의 다른 쪽에 자기 자신을 올려놓으라고 묻게 될 거라는 걸. — 그때, 새로운 문장이 떴다. [다음 선택은 당신에게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윤아는 처음으로 눈을 감았다. 이제는 남의 밤이 아니라 자기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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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정하지 않은 것들로 살아간다〉 4장. 최소 개입 태호는 그날도 졸려 보였다. 윤아는 일부러 밝은 카페를 골랐다. 창가 자리, 햇빛이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는 자리. “낮에 보니까 좋네.” 태호가 말했다. 좋다는 말과 달리 눈은 자꾸 감겼다. “야간 줄일 생각 없어?” 윤아가 물었다. 태호는 컵을 내려놓으며 웃었다. “지금 줄이면 생활이 안 돼.” 생활. 그 단어는 늘 구체적인 것 같으면서 실체가 없었다. 월세, 공과금, 카드값, 그리고 ‘불안’. “한 달만 더.” 태호가 덧붙였다. “진짜 이번 달까지만.” 윤아는 그 말이 이미 여러 번 쓰였다는 걸 알았다. 한 달은 끝나는 단위가 아니라 미루는 단위였다. —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윤아의 핸드폰이 켜졌다. 진동도 없이, 자연스럽게. [개입 가능 시점 도달] 윤아는 멈춰 섰다. 이번엔 시간 제한이 없었다. 대신, 문장이 천천히 추가됐다. 태호의 야간 근무를 ‘유지’하시겠습니까, ‘종료’하시겠습니까. 윤아는 화면을 오래 바라봤다. ‘종료’를 누르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태호가 스스로 그만두는 걸까. 몸이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오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스케줄이 조정되는 걸까. 설명은 없었다. 문장이 하나 더 나타났다. 최소 개입 원칙에 따라 자연스러운 경로로 조정됩니다. 윤아는 웃었다. 이상하게도. 자연스럽다니. 누군가의 선택이 개입되는 순간 이미 자연은 아니었다. — 윤아는 핸드폰을 끄지 않았다. 대신 걸음을 옮겼다. 횡단보도 앞, 빨간 불이 켜져 있었다. 태호의 얼굴이 떠올랐다. 형광등 아래에서 조금씩 느려지는 눈. 최근 사고 위험 지수 상승. 그 문장이 머릿속에서 반복됐다. 만약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 또한 결정이었다. — 신호가 바뀌었다. 사람들이 건너기 시작했다. 윤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핸드폰 화면이 다시 바뀌었다. 태호 / 금일 야간 근무 피로 누적 수치 : 임계치 근접 윤아의 심장이 불규칙해졌다. 이건 협박일까. 아니면 정보 제공일까. 윤아는 처음으로 이 시스템이 자신을 설득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돈이 아니라, 데이터로. — 윤아는 ‘유지’를 눌렀다. 손가락이 닿는 순간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확인 문구도, 입금 알림도 없었다. 그저 화면이 천천히 꺼졌다. — 그날 밤, 태호는 평소보다 더 늦게 연락했다. > 오늘 손님이 좀 많았어 괜히 예민해졌네 윤아는 메시지를 읽고 창밖을 봤다. 멀리서 구급차 사이렌이 들렸다. 도시에서는 그 소리가 특별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 새벽 1시 47분. 윤아의 핸드폰이 다시 켜졌다. [변수 발생] 짧은 문장. 그리고 바로 이어졌다. 태호 / 경미한 사고 발생 물리적 피해 없음 정신적 충격 수치 상승 윤아는 숨을 멈췄다. 손에서 핸드폰이 미끄러질 뻔했다. 곧 태호에게 전화가 왔다. “야… 나 오늘 좀 놀랐다.” 태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손님이 계산대에 쓰러졌어. 내가 잠깐 멍해서… 처음에 못 봤어.” 윤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큰일은 아니야. 진짜. 그냥…” 그냥. 그 단어 뒤에 말이 없었다. — 통화를 끊은 뒤, 윤아는 천천히 벽에 기대앉았다. 경미한 사고. 물리적 피해 없음. 하지만 무언가는 이미 틀어졌다. 윤아는 깨달았다. ‘유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버튼이 아니었다는 걸. 그건 흐름을 계속 밀어붙이는 선택이었다. — 새벽이 가까워질수록 윤아의 머릿속은 조용해졌다. 이제 질문은 단순해졌다. 태호의 야간을 끝내면 그의 생활이 무너질 수 있다. 계속 두면 그의 몸이 먼저 무너질 수 있다. 윤아는 처음으로 확신했다. 이 시스템은 돈을 미끼로 시작했지만 결국엔 관계를 저울 위에 올린다는 걸. 그리고 곧, 저울의 다른 쪽에 자기 자신을 올려놓으라고 묻게 될 거라는 걸. — 그때, 새로운 문장이 떴다. [다음 선택은 당신에게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윤아는 처음으로 눈을 감았다. 이제는 남의 밤이 아니라 자기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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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정하지 않은 것들로 살아간다〉 3장. 야간 태호의 얼굴은 점점 밤에 가까워졌다. 낮에 만났는데도, 밤에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윤아는 그걸 정확히 언제 알아챘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아마 태호가 웃을 때 웃음이 끝나기도 전에 눈부터 감겼을 때였을 것이다. “괜찮아.” 태호는 자주 그렇게 말했다. 괜찮다는 말을, 설명처럼 쓰는 사람이었다. 윤아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반박하지도 않았다. 사람이 자기 삶을 설명하려 할 때 그걸 끊는 건 잔인한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 태호의 하루는 단순했다. 야간 근무, 짧은 수면, 다시 야간 근무. 편의점은 항상 같은 냄새였다. 따뜻한 도시락과 식지 않은 형광등. 태호는 계산대를 닦고,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술 취한 손님을 조용히 내보냈다.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점점 덜 확인했다. “야간이 더 편해.” 태호가 말했다. “사람도 적고, 생각할 시간도 많고.” 윤아는 묻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 어느 날, 태호가 계산을 틀렸다. 크게 틀린 건 아니었다. 몇 천 원 정도. 사장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 하지만 태호는 알았다. 자기가 틀렸다는 걸. 그날 이후, 태호는 계산을 두 번씩 확인했다. 그 다음엔 세 번. 그러다 보니 손이 느려졌고, 손이 느려지자 손님이 짜증을 냈다. “야, 잠 좀 자라.” 단골이 농담처럼 말했다. 태호는 웃었다. 웃었지만, 윤아는 그 웃음이 어디로도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 윤아는 그 장면을 떠올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기 얼굴이 비쳤다. 윤아는 깨달았다. 태호는 지금 ‘선택’이 아니라 ‘연속된 포기’ 위에 서 있다는 걸. 야간을 선택한 건 태호였지만, 그 이후의 것들은 선택처럼 보이지 않았다. — 그날 밤, 윤아의 핸드폰이 울렸다. 이번엔 놀라지 않았다. [관찰 단계가 종료되었습니다.] 윤아는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문장은 차갑고 단정했다. 마치 윤아가 무언가를 통과하기라도 한 것처럼. 곧이어 다음 문장이 떴다. [조정은 최소 개입 원칙을 따릅니다.] [개입하지 않아도 결과는 발생합니다.] 윤아는 숨을 내쉬었다. 이 문장은 협박이 아니었다. 경고도 아니었다. 설명에 가까웠다. — 윤아의 시선에 태호의 얼굴이 떠올랐다. 편의점 형광등 아래에서, 조금씩 늦어지는 눈. 그때, 화면이 다시 바뀌었다. 이번엔 질문이 아니었다. 두 개의 정보가 나란히 제시됐다. 태호 / 야간 근무 연장 요청 태호 / 최근 사고 위험 지수 상승 윤아는 손을 내려놓았다. 아직 선택지는 없었다. 하지만 윤아는 알았다. 이건 아직 묻지 않았을 뿐, 이미 질문이 시작됐다는 걸. — 다음 날, 태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 이번 달까지만 버티면 돼 그 다음엔 좀 나아질 거야 윤아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다가 처음으로 확신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다음 달’을 믿다가 무너진다는 걸. 그리고 곧, 그 믿음에 대해 윤아에게 묻게 될 거라는 걸. 윤아는 핸드폰을 뒤집어 놓았다. 하지만 화면은 잠들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다음 단계가 조용히 준비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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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정하지 않은 것들로 살아간다〉 3장. 야간 태호의 얼굴은 점점 밤에 가까워졌다. 낮에 만났는데도, 밤에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윤아는 그걸 정확히 언제 알아챘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아마 태호가 웃을 때 웃음이 끝나기도 전에 눈부터 감겼을 때였을 것이다. “괜찮아.” 태호는 자주 그렇게 말했다. 괜찮다는 말을, 설명처럼 쓰는 사람이었다. 윤아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반박하지도 않았다. 사람이 자기 삶을 설명하려 할 때 그걸 끊는 건 잔인한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 태호의 하루는 단순했다. 야간 근무, 짧은 수면, 다시 야간 근무. 편의점은 항상 같은 냄새였다. 따뜻한 도시락과 식지 않은 형광등. 태호는 계산대를 닦고,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술 취한 손님을 조용히 내보냈다.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점점 덜 확인했다. “야간이 더 편해.” 태호가 말했다. “사람도 적고, 생각할 시간도 많고.” 윤아는 묻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 어느 날, 태호가 계산을 틀렸다. 크게 틀린 건 아니었다. 몇 천 원 정도. 사장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 하지만 태호는 알았다. 자기가 틀렸다는 걸. 그날 이후, 태호는 계산을 두 번씩 확인했다. 그 다음엔 세 번. 그러다 보니 손이 느려졌고, 손이 느려지자 손님이 짜증을 냈다. “야, 잠 좀 자라.” 단골이 농담처럼 말했다. 태호는 웃었다. 웃었지만, 윤아는 그 웃음이 어디로도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 윤아는 그 장면을 떠올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기 얼굴이 비쳤다. 윤아는 깨달았다. 태호는 지금 ‘선택’이 아니라 ‘연속된 포기’ 위에 서 있다는 걸. 야간을 선택한 건 태호였지만, 그 이후의 것들은 선택처럼 보이지 않았다. — 그날 밤, 윤아의 핸드폰이 울렸다. 이번엔 놀라지 않았다. [관찰 단계가 종료되었습니다.] 윤아는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문장은 차갑고 단정했다. 마치 윤아가 무언가를 통과하기라도 한 것처럼. 곧이어 다음 문장이 떴다. [조정은 최소 개입 원칙을 따릅니다.] [개입하지 않아도 결과는 발생합니다.] 윤아는 숨을 내쉬었다. 이 문장은 협박이 아니었다. 경고도 아니었다. 설명에 가까웠다. — 윤아의 시선에 태호의 얼굴이 떠올랐다. 편의점 형광등 아래에서, 조금씩 늦어지는 눈. 그때, 화면이 다시 바뀌었다. 이번엔 질문이 아니었다. 두 개의 정보가 나란히 제시됐다. 태호 / 야간 근무 연장 요청 태호 / 최근 사고 위험 지수 상승 윤아는 손을 내려놓았다. 아직 선택지는 없었다. 하지만 윤아는 알았다. 이건 아직 묻지 않았을 뿐, 이미 질문이 시작됐다는 걸. — 다음 날, 태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 이번 달까지만 버티면 돼 그 다음엔 좀 나아질 거야 윤아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다가 처음으로 확신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다음 달’을 믿다가 무너진다는 걸. 그리고 곧, 그 믿음에 대해 윤아에게 묻게 될 거라는 걸. 윤아는 핸드폰을 뒤집어 놓았다. 하지만 화면은 잠들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다음 단계가 조용히 준비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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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정하지 않은 것들로 살아간다〉 2장. 파문 윤아는 며칠 동안 핸드폰 알림을 꺼두고 살았다. 의도한 건 아니었다. 그냥, 화면이 켜질 때마다 심장이 먼저 반응하는 게 싫었다. 300만 원과 100만 원. 통장에 찍힌 숫자는 여전히 거기 있었고, 윤아는 그 사실을 확인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확인하는 순간, 이 돈이 ‘현실’이 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신 윤아는 밖으로 나갔다. 집에 있으면 생각이 많아졌고, 생각이 많아지면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카페 아르바이트 면접. 별 기대 없이 넣었던 자리였다. 이력서는 이미 너무 닳아 있었고, 윤아 자신도 더 이상 자신을 팔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경력 공백이 좀 있네요.” 면접관이 말했다. 비난도, 호기심도 아닌 목소리였다. 그저 사실을 읽어주는 사람의 톤. 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은 준비되어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괜찮아요.” 면접관이 먼저 말을 이었다. “요즘엔 다들 그래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위로도, 포기도 아닌 말. 단지 세상이 그렇게 돌아간다는 선언 같았다. 카페를 나와서 윤아는 버스를 탔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 서서,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며칠 전만 해도 이 손으로 ‘예’를 눌렀다. 아무 설명도 없이, 아무 질문도 없이. 그날 이후, 윤아의 삶은 겉으로는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 작은 균열이 생겼다. — 지수는 다시 연락하지 않았다. 면접 결과도 묻지 않았다. 대신, 윤아가 먼저 지수를 떠올리는 일이 잦아졌다. 지하철에서 비슷한 머리 길이를 볼 때, 편의점에서 혼자 캔맥주를 고를 때, 괜히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가 다시 넣을 때. 윤아는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이름을 붙이려다 포기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 태호를 다시 만난 건 우연이었다. 대학 때 같은 조였고, 졸업 후엔 각자 바쁘다는 이유로 연락이 끊겼던 사이. 편의점 앞에서였다. 태호는 야간 근무 조끼를 입고 있었고, 윤아는 그 조끼가 왜 그렇게 낯설게 보였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윤아 맞지?” 태호가 먼저 알아봤다. 눈 밑에 그늘이 깊었다. “여기서 뭐 해?” 윤아가 물었다. “알바.” 태호는 웃었다. “원래는 잠깐만 하려고 했는데, 잠깐이 길어지네.” 그 말도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둘은 편의점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캔커피를 마셨다. 별 얘기는 하지 않았다. 각자의 ‘아직’과 ‘잠깐’을 굳이 설명하지 않는 사이였다. “요즘은 뭐 해?” 태호가 물었다. 윤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하고 말을 흐렸다. 그 순간, 윤아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꺼두지 않았던 단 하나의 알림. 은행 앱이었다. 윤아는 반사적으로 화면을 가렸다. 태호는 보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너 괜찮아 보여서.” 태호가 말했다. “그냥, 예전보다.” 윤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괜찮아 보인다는 말이 왜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는지 알 수 없었다. — 그날 밤, 윤아는 처음으로 돈을 썼다. 필요해서가 아니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옷 한 벌. 딱히 마음에 들지도, 딱히 비싸지도 않은. 결제가 완료되는 순간, 윤아는 숨을 참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문자도 없었고, 알림도 없었고, 세상은 그대로였다. 그게 더 불안했다. — 며칠 뒤, 태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 요즘 야간 계속 들어가게 됐어 돈 좀 모으려고 윤아는 그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계속’과 ‘좀’ 사이의 거리. 그게 너무 멀어 보였다. 윤아는 답장을 쓰다 지웠다. 괜히 조언하는 말, 괜히 걱정하는 말, 괜히 책임지는 말이 될까 봐. 그때, 핸드폰 화면이 다시 켜졌다. 이번엔 은행도, 지인도 아니었다. 화면 하단에, 아주 짧은 문장이 떠 있었다. [다음 파문은 준비 중입니다.] 윤아는 알았다. 이제부터는 ‘선택’이 먼저 오지 않는다는 걸. 먼저 무언가가 흔들리고, 그 다음에야 묻게 될 거라는 걸. 그리고 그 질문은 아마도 자기 자신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향해 있을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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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정하지 않은 것들로 살아간다〉 2장. 파문 윤아는 며칠 동안 핸드폰 알림을 꺼두고 살았다. 의도한 건 아니었다. 그냥, 화면이 켜질 때마다 심장이 먼저 반응하는 게 싫었다. 300만 원과 100만 원. 통장에 찍힌 숫자는 여전히 거기 있었고, 윤아는 그 사실을 확인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확인하는 순간, 이 돈이 ‘현실’이 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신 윤아는 밖으로 나갔다. 집에 있으면 생각이 많아졌고, 생각이 많아지면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카페 아르바이트 면접. 별 기대 없이 넣었던 자리였다. 이력서는 이미 너무 닳아 있었고, 윤아 자신도 더 이상 자신을 팔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경력 공백이 좀 있네요.” 면접관이 말했다. 비난도, 호기심도 아닌 목소리였다. 그저 사실을 읽어주는 사람의 톤. 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은 준비되어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괜찮아요.” 면접관이 먼저 말을 이었다. “요즘엔 다들 그래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위로도, 포기도 아닌 말. 단지 세상이 그렇게 돌아간다는 선언 같았다. 카페를 나와서 윤아는 버스를 탔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 서서,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며칠 전만 해도 이 손으로 ‘예’를 눌렀다. 아무 설명도 없이, 아무 질문도 없이. 그날 이후, 윤아의 삶은 겉으로는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 작은 균열이 생겼다. — 지수는 다시 연락하지 않았다. 면접 결과도 묻지 않았다. 대신, 윤아가 먼저 지수를 떠올리는 일이 잦아졌다. 지하철에서 비슷한 머리 길이를 볼 때, 편의점에서 혼자 캔맥주를 고를 때, 괜히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가 다시 넣을 때. 윤아는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이름을 붙이려다 포기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 태호를 다시 만난 건 우연이었다. 대학 때 같은 조였고, 졸업 후엔 각자 바쁘다는 이유로 연락이 끊겼던 사이. 편의점 앞에서였다. 태호는 야간 근무 조끼를 입고 있었고, 윤아는 그 조끼가 왜 그렇게 낯설게 보였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윤아 맞지?” 태호가 먼저 알아봤다. 눈 밑에 그늘이 깊었다. “여기서 뭐 해?” 윤아가 물었다. “알바.” 태호는 웃었다. “원래는 잠깐만 하려고 했는데, 잠깐이 길어지네.” 그 말도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둘은 편의점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캔커피를 마셨다. 별 얘기는 하지 않았다. 각자의 ‘아직’과 ‘잠깐’을 굳이 설명하지 않는 사이였다. “요즘은 뭐 해?” 태호가 물었다. 윤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하고 말을 흐렸다. 그 순간, 윤아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꺼두지 않았던 단 하나의 알림. 은행 앱이었다. 윤아는 반사적으로 화면을 가렸다. 태호는 보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너 괜찮아 보여서.” 태호가 말했다. “그냥, 예전보다.” 윤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괜찮아 보인다는 말이 왜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는지 알 수 없었다. — 그날 밤, 윤아는 처음으로 돈을 썼다. 필요해서가 아니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옷 한 벌. 딱히 마음에 들지도, 딱히 비싸지도 않은. 결제가 완료되는 순간, 윤아는 숨을 참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문자도 없었고, 알림도 없었고, 세상은 그대로였다. 그게 더 불안했다. — 며칠 뒤, 태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 요즘 야간 계속 들어가게 됐어 돈 좀 모으려고 윤아는 그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계속’과 ‘좀’ 사이의 거리. 그게 너무 멀어 보였다. 윤아는 답장을 쓰다 지웠다. 괜히 조언하는 말, 괜히 걱정하는 말, 괜히 책임지는 말이 될까 봐. 그때, 핸드폰 화면이 다시 켜졌다. 이번엔 은행도, 지인도 아니었다. 화면 하단에, 아주 짧은 문장이 떠 있었다. [다음 파문은 준비 중입니다.] 윤아는 알았다. 이제부터는 ‘선택’이 먼저 오지 않는다는 걸. 먼저 무언가가 흔들리고, 그 다음에야 묻게 될 거라는 걸. 그리고 그 질문은 아마도 자기 자신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향해 있을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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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정하지 않은 것들로 살아간다〉 1장. 도착 윤아는 그날도 통장을 보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알았기 때문이다. 줄어들 뿐, 늘지는 않는다는 걸. 취업 준비를 시작한 지 정확히 열다섯 달째였다.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는 습관은 이미 버렸다. 원서 접수, 불합격 메일, 다음 공고. 시간은 반복되었고, 윤아는 그 반복 속에서 점점 얇아지고 있었다. 방은 원룸치고는 넓었지만 삶이 넓어 보인 적은 없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오후 햇빛은 언제나 윤아를 비켜가듯 바닥에만 내려앉았다. 그때였다. 핸드폰이 울렸다. 진동도 아니었다. 소리도 아니었다. 마치 화면이 스스로 깨어난 것처럼, 알림이 ‘존재했다’. 번호가 없었다. 저장되지 않은 발신자조차 아니었다. 그저 공백. [선택이 도착했습니다.] 윤아는 코웃음을 쳤다. 요즘 스팸도 참 열심이네. 지우려는 순간, 문장이 하나 더 나타났다. 지금 ‘예’를 선택하면 300만 원이 입금됩니다. 조건은 묻지 않습니다. 윤아의 손이 멈췄다. 조건을 묻지 않는다는 말이 이상하게 가슴을 찔렀다. 이런 문장은 사람을 설득하려고 쓰는 말이 아니었다. 이미 알고 있다는 투였다. 윤아는 은행 앱을 켰다. 늘 보던 숫자. 월세와 카드값을 제외하면 남은 건 ‘버티기’라는 단어 하나뿐인 잔액. 그때 다시 문자가 왔다. 남은 시간 00:59 초가 줄어들고 있었다. 윤아는 순간 깨달았다. 이건 기다려주는 제안이 아니었다. 고민을 허락하지 않는 종류의 선택. ‘예’를 누르는 데 0.3초도 걸리지 않았다. — 알림음이 울렸다. 입금 3,000,000원. 윤아는 숨을 멈췄다. 통장을 새로고침했다. 다시 한 번. 그리고 또. 숫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거짓말이라면 이렇게까지 단정할 필요는 없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기쁨보다 늦게 도착했다. “이상하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니야…?” 누군가 방 안에 있는 것처럼 혼잣말이 낮게 흘러나왔다. 그날 저녁, 윤아는 처음으로 편의점에서 가격표를 보지 않고 물건을 골랐다. 맥주 두 캔, 즉석 파스타, 그리고 사치처럼 케이크 하나. 계산대 앞에서 괜히 핸드폰을 쥐었다. 다시 문자가 와 있을까 봐. 오지 않았다. — 다음 날 아침, 윤아는 동기 지수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야… 너 어제 뭐 했어?” 지수의 목소리는 묘하게 갈라져 있었다. “집에 있었지. 왜?” “아니… 그냥. 너 이름이 자꾸 떠.” “뭐가 떠.” “모르겠어. 면접관이 갑자기 너 얘기를 하더라.” 윤아는 웃었다. 웃어야 할지 몰랐지만, 일단 웃었다. “좋은 얘기였어?” “그게… ‘선택의 기준이 명확한 지원자’라는데 그게 왜 너인지 모르겠어.” 통화가 끝난 뒤, 윤아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선택이 도착했습니다.] 이번엔 시간 표시가 없었다. 질문 하나만 제시됩니다. 지수의 면접 결과는 ‘좋음’으로 남길까요, ‘보통’으로 남길까요. 윤아의 손이 떨렸다. 이건 게임이 아니었다. 돈이 아니라 사람이 걸린 선택이었다. ‘보통’을 선택해도 지수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하지만 ‘좋음’을 선택하면 확률은 확실히 바뀐다. 문자가 한 줄 더 추가됐다. 선택 결과는 선택자에게만 영향을 줍니다. 윤아는 숨을 들이마셨다. 문득 어제 케이크를 고르던 자신이 떠올랐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책임 없이. 이번엔 달랐다. 윤아는 선택하지 않았다. 아니, 선택을 미뤘다. 그 순간, 문자가 사라졌다. 그리고 입금 알림이 울렸다. 입금 1,000,000원. 윤아는 알았다. 선택하지 않는 것도 이미 하나의 선택이라는 걸. 그날 밤, 윤아는 처음으로 잠들기 전에 통장을 덮지 못했다. 숫자보다 무서운 건 다음 선택이 이미 오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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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정하지 않은 것들로 살아간다〉 1장. 도착 윤아는 그날도 통장을 보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알았기 때문이다. 줄어들 뿐, 늘지는 않는다는 걸. 취업 준비를 시작한 지 정확히 열다섯 달째였다.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는 습관은 이미 버렸다. 원서 접수, 불합격 메일, 다음 공고. 시간은 반복되었고, 윤아는 그 반복 속에서 점점 얇아지고 있었다. 방은 원룸치고는 넓었지만 삶이 넓어 보인 적은 없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오후 햇빛은 언제나 윤아를 비켜가듯 바닥에만 내려앉았다. 그때였다. 핸드폰이 울렸다. 진동도 아니었다. 소리도 아니었다. 마치 화면이 스스로 깨어난 것처럼, 알림이 ‘존재했다’. 번호가 없었다. 저장되지 않은 발신자조차 아니었다. 그저 공백. [선택이 도착했습니다.] 윤아는 코웃음을 쳤다. 요즘 스팸도 참 열심이네. 지우려는 순간, 문장이 하나 더 나타났다. 지금 ‘예’를 선택하면 300만 원이 입금됩니다. 조건은 묻지 않습니다. 윤아의 손이 멈췄다. 조건을 묻지 않는다는 말이 이상하게 가슴을 찔렀다. 이런 문장은 사람을 설득하려고 쓰는 말이 아니었다. 이미 알고 있다는 투였다. 윤아는 은행 앱을 켰다. 늘 보던 숫자. 월세와 카드값을 제외하면 남은 건 ‘버티기’라는 단어 하나뿐인 잔액. 그때 다시 문자가 왔다. 남은 시간 00:59 초가 줄어들고 있었다. 윤아는 순간 깨달았다. 이건 기다려주는 제안이 아니었다. 고민을 허락하지 않는 종류의 선택. ‘예’를 누르는 데 0.3초도 걸리지 않았다. — 알림음이 울렸다. 입금 3,000,000원. 윤아는 숨을 멈췄다. 통장을 새로고침했다. 다시 한 번. 그리고 또. 숫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거짓말이라면 이렇게까지 단정할 필요는 없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기쁨보다 늦게 도착했다. “이상하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니야…?” 누군가 방 안에 있는 것처럼 혼잣말이 낮게 흘러나왔다. 그날 저녁, 윤아는 처음으로 편의점에서 가격표를 보지 않고 물건을 골랐다. 맥주 두 캔, 즉석 파스타, 그리고 사치처럼 케이크 하나. 계산대 앞에서 괜히 핸드폰을 쥐었다. 다시 문자가 와 있을까 봐. 오지 않았다. — 다음 날 아침, 윤아는 동기 지수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야… 너 어제 뭐 했어?” 지수의 목소리는 묘하게 갈라져 있었다. “집에 있었지. 왜?” “아니… 그냥. 너 이름이 자꾸 떠.” “뭐가 떠.” “모르겠어. 면접관이 갑자기 너 얘기를 하더라.” 윤아는 웃었다. 웃어야 할지 몰랐지만, 일단 웃었다. “좋은 얘기였어?” “그게… ‘선택의 기준이 명확한 지원자’라는데 그게 왜 너인지 모르겠어.” 통화가 끝난 뒤, 윤아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선택이 도착했습니다.] 이번엔 시간 표시가 없었다. 질문 하나만 제시됩니다. 지수의 면접 결과는 ‘좋음’으로 남길까요, ‘보통’으로 남길까요. 윤아의 손이 떨렸다. 이건 게임이 아니었다. 돈이 아니라 사람이 걸린 선택이었다. ‘보통’을 선택해도 지수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하지만 ‘좋음’을 선택하면 확률은 확실히 바뀐다. 문자가 한 줄 더 추가됐다. 선택 결과는 선택자에게만 영향을 줍니다. 윤아는 숨을 들이마셨다. 문득 어제 케이크를 고르던 자신이 떠올랐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책임 없이. 이번엔 달랐다. 윤아는 선택하지 않았다. 아니, 선택을 미뤘다. 그 순간, 문자가 사라졌다. 그리고 입금 알림이 울렸다. 입금 1,000,000원. 윤아는 알았다. 선택하지 않는 것도 이미 하나의 선택이라는 걸. 그날 밤, 윤아는 처음으로 잠들기 전에 통장을 덮지 못했다. 숫자보다 무서운 건 다음 선택이 이미 오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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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바@JJAMBA2·
@kappybruh 0x84aBAE3Fb9458Ff2D047d23FFC5650A4BCC5De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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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바@JJAMBA2·
@ramztd @dudrms606 돈 많기 때문에 저렇게 쓰는게 아닌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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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edge🦭@dudrms606·
요즘 핫한 리버 숏잡은 따거 형님 이거 터지면 100불도 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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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군인입니다. 남녀갈등 조장을 목표로 갈라치기하는 모습을 보니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군대가 편해졌다고 하더라도 1년 6개월이라는 세월이 보상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저를 포함해 이전에 전역하신 선배님들에 비하면 많이 짧고, 환경도 분명 나아졌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시간이 가볍게 여겨져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청춘 1년 6개월은, 그 자체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합니다. 누군가는 그 시간 동안 학업이 멈추고, 누군가는 커리어의 흐름이 끊기며, 누군가는 사회와 단절된 채 조직 속에서 책임을 배웁니다. 편해졌다는 말 한마디로 그 모든 과정을 지워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분들의 삶과 어려움이 가볍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감당해야 하는 무게는 다르고, 비교와 경쟁의 대상이 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성분들은 여성분들 나름의 존중을, 그리고 남성분들은 남성분들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 필요합니다. 누가 더 힘들었는지를 겨루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의 역할과 선택, 그리고 감내한 시간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갈라치기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습니다. 분노는 잠시 시원할 수 있지만, 결국 남는 건 상처와 불신뿐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상대를 이기는 말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최소한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이 누군가를 설득하기보다는, 적어도 함부로 폄하하지는 말자는 작은 기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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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arise Korea@PolariseKorea·
AllScale과 함께하는 독점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 AllScale을 위한 한정판 #Polarise카드 를 출시합니다! 이 카드를 보유하면 향후 Polarise 토큰 에어드랍 대상이 됩니다. 🎁 참여 방법: @Polariseorg & @allscaleio 팔로우 RT 후 댓글에 지갑 주소 남기기 추첨을 통해 15명의 행운의 당첨자에게 카드를 드립니다! 기간: 7일 모두 행운을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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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바@JJAMBA2·
그 남자는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2004년, 대한민국 전 국민이 한 사람의 이름을 외쳤다. 황우석.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발표. 대한민국 과학이 세계 정상에 올랐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언론은 매일 그를 영웅이라 불렀고, 사람들은 말했다. “이제 노벨상은 한국이다.” 하지만 그 화려한 발표 뒤에는 이상한 점들이 있었다. 논문의 데이터가 맞지 않았고, 실험 과정은 지나치게 비공개였다. 그리고 내부에서 조용히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말은 묻혔다. 국익을 해친다는 이유였다. 그러다 한 방송의 탐사보도로 모든 것이 뒤집혔다. 논문은 조작. 실험 결과는 존재하지 않았다.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영웅은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한 사기꾼이 되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과학 스캔들이 아니었다. “우리는 진실보다 믿고 싶은 이야기를 선택한 건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진다. 영화 **〈제보자〉(2014)** 는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모티브로, 권력·언론·집단 광기의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가장 무서운 건 거짓말을 한 사람보다 그 거짓말을 지켜주려 했던 수많은 사람들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질문이 오래 남는다. 진실은 언제나 존재했는데, 우리는 왜 보지 않으려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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