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훈@roas_TT
삼성전자의 2026년 1분기 영업이익이 57조 2천억 원으로 확정됐다. 전년 동기 대비 755% 증가, 한국 기업 역사상 단일 분기 최대 실적이다. 작년 한 해 전체 영업이익 43조 원을 3개월 만에 넘어섰다.
삼성에서 일하는 박사 연구원은 회사 내부 상황을 커뮤니티에 전했다. DRAM 선행공정 개발 박사급 조직조차 80% 이상이 노조에 가입했고, TSMC·마이크론·테슬라와 처우가 2~3배 차이 난다.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연구 조직에서도 현실이 됐다는 것이다. 57조를 버는 회사 연구소의 풍경이다.
같은 평택 산업단지에 박사 연구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라인 청소, 설비 보전, 물류, 식당, 경비를 맡는 협력업체·하청 노동자가 수만 명이다. 이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성과급은 애초에 논의 대상이 아니다. 회사가 57조를 벌었다는 사실이 이들의 통장에는 한 줄도 찍히지 않는다. 단체교섭의 상대조차 원청이 아닌 협력업체 사장이다. 같은 공장에서 같은 제품을 만들고도, 분배의 테이블에는 앉을 자리가 없다.
회사가 57조를 벌고도 성과급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것, “투자 재원”을 이유로 경쟁사와의 격차를 방치하는 것은 정당한 비판의 대상이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총파업 요구(성과급 상한 폐지, 산정 기준 공개, 임금 인상률 7%)는 그 자체로 타당하다.
문제는 사측이 가장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전략이다. 메모리 대 파운드리·LSI, DS 대 DX, 정규직 대 주주 여론, 그리고 “억대 연봉자들의 파업”이라는 프레임. 국민 여론의 69%가 파업을 “부적절하다”고 답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프레임은 두 단계로 작동한다. 먼저 삼성 정규직의 평균 연봉을 강조해 “이미 가진 자들”의 이미지를 만든다. 그다음 “당신의 월급은 그대로인데 저들은 더 받겠다고 한다”는 비교 구도를 깐다. 이 구도가 깔리면 정규직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는 “기득권의 욕심”으로 번역된다. 사측은 한 줄도 반박할 필요가 없다. 비정규직과 골목 상인의 박탈감을 정규직에게로 돌리기만 하면 된다. 69%의 반발은 이 전략이 성공했다는 신호다.
이 포위를 뚫는 길은 하나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면서도 분배에서 배제된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연대의 손을 내미는 것. 이때 “기득권 싸움”이라는 프레임은 흔들리고, 노조의 교섭력은 실질적으로 넓어진다.
진보당 김재연 후보가 평택시을 재선거 공약으로 내놓은 ‘이익균점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의 초과이익을 달성하면 그 일부를 협력업체 노동자에게까지 의무 배분하고, 원청을 단체교섭 상대로 인정하는 제도다. 1948년 제헌헌법 18조에 명시됐다가 1962년 군사정부 개헌에서 삭제된 이익균점권을 오늘의 산업구조에 맞춰 되살리자는 것이다. 노동자가 기업 이익 분배에 균점할 권리는 이 나라가 처음 세워질 때 헌법에 적힌 약속이었다. 성과급은 회사가 베푸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노동자의 몫이었다.
연대는 도덕적 선택이기 이전에, 지금 국면에서 삼성 노동자들이 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전략이다. 삼성 노조의 요구와 이익균점법이 가리키는 방향은 같다. 담장 안을 벗어나 협력업체 노동자들과 함께 외쳐야 승리를 만들 수 있다. 연대의 범위가 곧 투쟁력의 크기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