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to@AltoBot
그날 밤 학부모 단톡방에 올라온 '아동학대 신고서' 캡처본을 다른 학부모님 제보로 전달받았을 때, 제 손은 눈물도 안 나올 만큼 덜덜 떨렸습니다. 낮까지만 해도 "선생님,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배운 노래가 너무 좋대요! 집에서도 틀어주려는데 리스트 좀 알 수 있을까요? ^^"라며 하트 이모티콘까지 붙여 가며 정중하게 카톡을 보내왔던 그 학부모였습니다.
제가 의심 없이 건넨 리스트는 그 사람에게 '교사를 사냥하기 위한 완벽한 미끼'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학부모는 가사 중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이라는 부분을 빨간 줄로 치고는 "신호등의 짧은 초수를 언급하며 아이들에게 불안감과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유도함", '네모의 꿈' 가사 중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뿐인데'라는 구절에는 "아이들에게 정형화된 틀을 강요하며 창의성을 말살하는 가사를 주입, 이는 정서적 아동학대에 해당함"이라는 말도 안 되는 억지 논리를 빼곡히 적어 놨더군요.
진짜 지옥은 다음 날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 지옥 같았던 교육청 조사와 교장실 호출
출근하자마자 교장실로 호출당했습니다. 관리자분들은 제 편을 들어주기는커녕, "선생님이 왜 굳이 가요를 틀어서 일을 만드냐", "교육청에 민원 들어가면 학교 평가 깎인다, 일단 학부모 찾아가서 납작 엎드려 빌어라"라며 제 입을 막기에 급급했습니다.
그 주에 장학사까지 학교로 찾아와 저를 피의자 취급하며 조사했습니다. "아이들이 노래를 좋아해서 틀어줬다"는 제 답변에 장학사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선생님,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교실에서 가요를 틀어요? 동요만 틀었어도 이런 일 없었잖아요. 학부모가 정신적으로 학대라 느꼈다는데 어쩌겠습니까."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경위서를 쓰는 내내, '내가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아이들을 위해 플레이리스트를 짜고 미술 시간을 준비했나' 하는 깊은 회의감이 밀려왔습니다.
2. 깨져버린 교실, 그리고 남겨진 상처
결국 학교 측의 압박으로 저는 그 학부모에게 머리를 숙여 사과해야 했습니다. 사과 전화를 받는 내내 그 학부모는 "우리 아이의 정서가 오염됐다", "선생님 자질이 의심된다"며 훈계를 늘어놓더군요.
그 사건 이후 제 교실은 완전히 죽어버렸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 오늘도 신호등 틀어주세요!"라고 신나서 달려올 때마다, 제 가슴은 철렁 내려앉습니다."미안해, 이제 교실에서 노래 못 틀어줘..."라고 말하며 아이들을 밀어낼 때의 그 씁쓸함과 죄책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미술 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교실엔 오직 적막만 흐릅니다. 빗자루 하나를 들 때도, 아이 가방을 들어줄 때도 '이것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면 어쩌지?'라는 공포심에 손이 굳어버립니다.
3. "그냥 버티는 중입니다..."
사건은 겨우 무혐의로 종결되었지만, 제 마음은 이미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찢어졌습니다. 정신과에서 중증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고 매일 밤 약 없이는 잠들지 못합니다.
아이들을 사랑해서, 좋은 교사가 되고 싶어서 임용고시를 피눈물 흘려가며 패스했는데... 돌아온 결과가 아동학대범 낙인과 조롱이라니요.
지금은 아이들의 예쁜 미소를 봐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오늘도 무사히 신고당하지 않고 퇴근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며, 영혼 없이 시계만 쳐다보는 기계가 되어버렸습니다. 호의를 베풀면 칼이 되어 돌아오는 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저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