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를 낀 연예인 이하늘이 차 안에서 카메라를 향해 거친 욕설을 섞어가며 대중을 훈계했다. 1,540원이라는 참담한 환율을 걱정하는 이들을 향해 "모지리들"이라 침을 뱉으며 그가 내뱉은 일갈은 이렇다. "지갑에 기껏 1달러, 2달러 꽂고 다니는 주제에 무슨 환율 걱정이냐. 우리한테는 곱창값, 원자재값, 식재료값, 마늘값이 오르는지가 더 중요하다."
무식도 일정 수준을 넘기면 경이로움이 되는 듯하다. 곱창집 불판을 달구는 LNG는 어디서 결제되어 오나? 그 곱창을 내어주는 소를 찌우는 사료는? 불판위의 마늘밭에 뿌려지는 비료의 원료는 도대체 어느 나라 돈으로 사 온단 말인가.
수출입으로 연명하는 대한민국에서 모든 밥상 물가와 원자재 가격은 정확히 저 바다 건너의 '환율'이라는 핏줄을 타고 들어온다. 환율 폭등이 곧 곱창값 폭등이고 마늘값의 폭주다. 이 직관적이고 1차원적인 연결고리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당장 네 지갑에 달러가 없으니 환율 따위는 알 바 아니라는 저 투명하고 해맑은 무식함. 저것이 바로 세상을 흑백의 평면으로만 인식하는 좌파들의 평균 해상도 인건가.
허나 한심함의 심연을 지나자 오히려 그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어졌다. 정말이다. 이 영상은 한 편의 완벽한 사회학적 예방주사였다. 우리가 도대체 어떤 지능을 가진 자들과 같은 '1인 1표'의 권리를 행사하며 이 위태로운 민주주의를 굴려가고 있는지, 그 뼈아픈 현실을 너무도 잔인하게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다.
25만 원에 환호성을 지르고, 멀쩡한 원전 생태계를 박살 내고 중국산 태양광 패널을 산에 깔 때 박수를 치던 맹목적인 지지층의 민낯이 바로 저기에 있다. 원인과 결과를 연결하는 이성의 회로가 애초에 끊어진 자들이다.
그동안 저들에게 거시 경제의 위기를 말하고, 국가 재정의 뼈대를 설명하며 어떻게든 논리적 토론을 시도하려 했던 내 모습이 얼마나 낭만적이고 아득한 헛짓거리였는지 뼈저리게 깨닫는다. 환율과 곱창값이 별개라는 기적의 경제학을 신봉하는 자들과 도대체 무슨 언어로 국가의 미래를 논한단 말인가.
능지가 처참한 자들에게 팩트는 폭력으로 수용될 뿐이다. 이하늘은 1,540원이라는 국가적 재난 앞에서, 우리 사회 기저에 깊숙이 뿌리내린 '절망적인 무지의 심연'을 자신의 얼굴을 걸고 완벽하게 증명해 냈다.
그러니 진심으로 고맙다. 덕분에 저들과 논리적 대화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거란 헛된 미련을 아주 깔끔하게 쓰레기통에 버렸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비극은 소크라테스의 한 표와 바보의 한 표가 같은 무게를 지닌다는 사실이다. 오늘, 그 묵직한 절망감을 곱창 씹듯 아주 잘근잘근 되새기게 해 주어 다시 한번 감사하다.